블랙로드커피
블랙로드커피의 시작점
제가 "커핑포스트"로 카페를 운영할때의 일입니다.
장사가 잘되지는 않았지만, 단골손님들은 꽤 생겼습니다. 그 중 한분이 르완다 커피를 드신적이 있습니다.
"인생 커피다" 극찬을 하셨었죠.
몇 일 후에 다시 오셨습니다.
"사장님 커피 추천해주세요"
"저번주에 좋으셨던 르완다 한번 더 드시겠어요?"
"아 혹시 마셔봤던거 말고 다른 좋은것도 있어요?" 별거아닌 일상 같지만, 이부분은 저의 커피 철학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제가 경험했던 바로는 아래와 같이 사람들을 유형화 할 수 있습니다.
강배전, 강하게 볶은 커피를 찾는 사람들은 대체로 맛의 변화가 없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즉 맛있으면 다음에도 비슷한 커피를 많이 찾았었죠.
근데 산미가 많이 나는 약배전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내 취향에 딱 맞는 커피가 있어도 한번 마시고 나면 새로운 커피를 찾았습니다.
"이건 제 취향 아니네요"라고 하면서도 새로운 커피에 대한 경험을 아주 중요하게 여겼었죠.
블랙로드커피의 탄생은 "새로운 커피"를 만날때의 즐거움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거창하고 위대한 뜻도 중요하겠지만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순전히 사소하고 제가 살아온 삶이 많이 묻어나있습니다. 새로운 커피를 마주할때의 두근거림은 단순히 차한잔 마시는것과는 완전히 다른 설레임입니다.
근데 이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소개한다는게 참 어려웠습니다.
"아니 맛있으면 그거 또 마시면되지 왜 자꾸 새로운걸 찾아야해?"
같은 반응이었고, 이 새로운 즐거움에 대해 설명하려면 몇 마디 말만으로는 어려웠고 심지어 어떤 분들은 이런 이야기 자체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새로운 커피를 찾고 소개하는 것이
"탐험"과 비슷하다고 설명하면 사람들이 조금 더 쉽게 이해했습니다.
“우리는 커피를 탐험한다”
이 모든 것은 ‘해머디자인’을 만나면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해머디자인의 최가람 대표는 저희와 일을 시작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커핑포스트’라는 이름이 너무 어려워요. 아무리 뭔가를 해보려고 해도 안맞아요. 이름을 바꾸는게 어떨까요?”
솔직히 처음에는 ‘이 사람 제정신인가? 커핑포스트라는 이름으로 내가 몇 년간 얼마나 힘들게 이름을 알려왔는데, 이름을 바꾸라고?’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책 한권을 던져주더군요.
그 책이 바로 "포지셔닝"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죠.
그렇게 커핑포스트는 유튜브채널과 생두 회사로의 길을 가게 되었고,
블랙로드커피는 보다 많은 소비자들을 위한 브랜드로 새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탐험과 커피를 동시에 떠올릴 수 있는 정말 멋진 이름이지 않나요?
블랙로드커피는 운영하는 시스템도 완전히 새롭게 기획했습니다.
"커피 탐험"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있기에, 저희 쇼룸은 탐험가의 방을 주제로 박물관 같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매장에 오시는 모든 분들께 커피 취향조사를 해드린 후 그 취향을 기반으로 커피를 추천해 드리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커피도감"이라는 작은 책자를 제작해 블랙로드에서 마시는 모든 커피를 기록하고 기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구 봉산동에 있는 쇼룸에 오시면 이 ‘블랙로드’라는 브랜드에 흠뻑 빠지는 경험을 해보실 수 있습니다.
저희 블랙로드커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 중 가장 우선인 첫번째는 바로, 좋은 재료를 찾는 일입니다.
물론 모든 로스터들이 좋은 재료를 찾을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조금 더 유별나게 찾습니다. 커핑포스트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샘플링만을 위해 매월 100~150만원의 돈을 쓰고 있습니다. 좋은 생두를 찾는것에 왕도는 없습니다. 부지런히, 꾸준하게 하는 것 밖에는요. 또한 커피산지를 다니면서 찾아낸 많은 양의 새로운 커피들을 한국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실험 정신입니다.
기존의 통념들을 맹신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실험합니다.
“뜸 들이기는 30초를 해야된다.”
“탬핑은 일정하게 해야한다.”
“디스트리뷰터를 써야 커피가 안정적이다.’
저희는 남들이 모두 하는것과 반대로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떠도는 통념을 토대로 실험을 했으나 반대의 결과가 나온적이 오히려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마찬가지로 저희를 맹신하지 마세요.
이렇게 하다보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커피에 반쯤 미쳐있거나, 실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저는 평생 커피를 할겁니다.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되든, 커피는 제 인생에 가장 사소하면서도 숭고한 일입니다.
커피로 여러분의 브랜드, 아니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드릴 수 있길 꿈꿉니다.
Pura Vida.